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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정재연의 '평양, 제가 한번 가보겠습니다.'를 읽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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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39 작성일: 22-08-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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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목:저자가 관광코스 중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한 부분은 광복백화점 쇼핑이다. 그런데 백화점 쇼핑 시에도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단다. 우선 사진촬영 금지는 기본이고, 정해진 시간을 엄수해야 한다. 백화점 내 환전소에서 유로나 달러 등을 북한 화폐로 바꾼 뒤 남은 돈은 반드시 환전해야 하며 주류 구입 시 1인당 제한 개수를 지켜야 한다. 광복백화점은 1층에는 식료품, 2층은 의류, 3층은 가전제품 및 푸드 코너로 된 비교적 큰 규모의 쇼핑센터이다. 30유로만 환전하면 쇼핑이 충분할거라고 했지만 매니저의 말과는 달리 30유로를 더 환전했으며 한국보다 다양한 라면 종류 때문에 많이 놀라기도 했다고 한다.
평양의 마지막 밤, 옥류관은 아니지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유명한 곳에서 공연자들의 꽃다발을 받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여행자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었다. 저자는 아름다운 평양의 밤을 바라보면서 예약한 안마도 받고 약간 건조한 얼굴에 팩을 붙이면서 한국의 화장품을 떠올리기도 했다고 한다.
3. 체제 홍보의 수단, 북한의 관광
저자는 4박 5일간의 여행과정에서 경험했던 주변의 선전·선동, 감시와 통제가 만연한 환경을 ‘익숙함’으로 표현한다. 북한-평양을 향한 ‘익숙함’과 새로움에 관한 저자의 인상은 현재를 살아가는 남북한 주민들의 현 주소를 고민하는데 충분한 내러티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익숙함’이다. “북한은 관광 명소, 길거리, 식당, 지하철 등에서 끊임없이 사회주의 체제 선전 방송이 나온다.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늘 들으니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도 나도 모르게 익숙해졌다. 참고로 이 ‘익숙함’은 방송이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 ‘익숙함’에 담긴 의미가 무엇이든 저자의 ‘익숙함’은 독자들에게 전해졌다. 북한 소주의 맛과 맛있는 김, 대동강맥주의 시원한 느낌과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없었던 평양의 고층빌딩, 쓰레기통이 없는 깨끗한 거리, 그리고 다른 나라 패키지여행에 비길 수 없는 꽉 짜인 스케줄의 소화도 북한에 대한 궁금증을 한껏 유발시켰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의 일상, 자기의 삶에 대해 생각할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계획경제와 시장경제의 혼동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반면 대한민국 국민들은 자본주의의 다양성에 익숙하다. 그렇기에 북한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거나 북한을 그저 한민족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북한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저자는 관광 중 계속되는 감시에 대해 책에서 리얼하게 그렸다. 여관이 갑자기 정전된 틈에 사진을 찍었는데 다음날 매니저가 와서 사진을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 잠깐 동안 여명거리를 걷게 되었을 때 항상 누군가 지켜보는 것 같아 ‘북한 여행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자유와 선택’이라는 단어들에 감사하다는 표현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여행이 ‘영하의 날씨에 야외 온천탕에서 목욕을 즐기는 것과 같은 아이러니한 매력이 있다. 물 밖의 진짜 북한 사회로 나가면 얼어 죽을지 몰라도 따뜻한 물속 같은 패키지 여행단에서 잠깐 찬 공기만 쐬는 건 색다른 경험이 된다.’는 표현은 북한 관광에 대한 유혹을 불러일으킨다.
현 사회는 사회문화생활 자체에서 가치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이 소멸되었다. 어떤 한 분야의 기준이라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거의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남북한 관계에서 전쟁을 경험한 세대들은 저자의 부모님들처럼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표출할 것이다. 그러나 현 세대들은 그런 것에 관심조차 없지 않는가?
그런 의미에서 글을 읽는 동안 북한 관광에 대한 저자의 글은 북한 체제의 옹호나 홍보에 역할 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특히 관광 코스 중 김일성의 생가와 개선문, 금수산태양궁전 등의 상세한 소개가 이에 해당한다. 북한의 현대사는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을 원초로 하고 있으며, 현 정권도 그에 대한 정통성을 부각하기 위해 김일성식의 애민정치를 펼치면서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기본 정치방식으로 내세웠다. 북한정권이 선정한 관광코스를 밟고 그에 대한 내용을 그곳에서 전해들은 대로 옮겨 적은 것이 대중들에게 혼란을 줄 여지가 있지 않을까 우려가 들었다. 특히 북한 정권에 의해 허용된 한정된 관광 코스만을 둘러본 외국인의 4박 5일 간 경험이 북한주민 전체의 실제 삶의 모습과 상당한 거리감이 존재한다는 점은 꼭 명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4. 마무리
저자는 프롤로그에 “이 책은, 한국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자란 시민이 북한 여행에서 보고 느낀 것을 솔직하게 써 내려간 여행기다.”고 서술하였다. 과연 저자가 전하고 싶은 ‘솔직’한 내용들은 독자들에게 어떻게 전달될까? 북한은 일반 주민들에게 여행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다. 금수산태양궁전과 같은 곳은 공장 기업소, 가두에서 조직적으로 갈 수 있겠지만, 평양에 대한 일반인의 자유로운 여행은 불가하다. 그러한 폐쇄된 북한에서, 북한정권이 지정한 한정된 조그마한 구획을 빙빙 돌아본 것에 불과한 내용으로 북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최근 매체들에서는 북한에 대한 이슈가 나오지 않는다. 남북연락사무소의 폭발, 이설주의 간만의 등장과 같은 북한 정권의 특별한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러한 북한의 소식들에 익숙한 국민들에게 북한 관광에 대한 환상은 어떤 담론으로 해석될까? 저자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남북한의 문화적 동질감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의도가 또 다른 담론을 생산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북한에 대한 환상을 야기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학을 전공하는 연구자로서 이 책은 북한 사회를 정확히 이해하는데 방해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Ceci n'est pas une pipe(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가 연상되는 순간이다. 마그리트는 ‘파이프’를 그려놓고 ‘파이프’가 아니라고 말했다. 실제와 성질에 관한 분석, 일상적인 것의 익숙함에 우리는 한번쯤은 반문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 마디로 저자가 본 ‘북한’이 ‘북한’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저 한 나라의 기념비들을 돌아본 것에 불과하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냉철한 판단력이 앞으로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하는 주춧돌이 될 수도 있다는 말로 마무리 하고 싶다.
북한대학원대학교 박사과정 이효주, 2021. 05.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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