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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정재연의 "평양, 제가 한번 가보겠습니다."를 읽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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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07 작성일: 22-03-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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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목:정재연의 ‘평양, 제가 한번 가보겠습니다.’를 읽고(1)
이 책은 정재연이 2019년에 쓴 4박 5일간 북한 방문기이다. 저자는 한국인이지만 호주 국적이어서 북한 관광이 가능했다. 그는 ‘Feel 가는 대로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아보자.’가 삶의 목표라고 했고, 그래서 ‘평양에 도착하자마자 빨갱이들이 와서 널 잡아갈 거야. 다시는 돌아오지 못해’라는 할머니의 말씀도 뒤로 하고 북한 관광의 길에 나선다. 저자의 북한 관광은 남북한이 놓인 분단체제하에서 한국인으로는 아무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 민족이지만 남과 북은 너무 오랜 시간동안 단절된 채 살아왔고, 두 체제 속 사람들은 이러한 삶에 익숙해져가고 휴전이라는 상태를 외면하면서 서로의 존재를 잊은 채 일상을 가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인 저자의 평양 방문기는 북한에 관심을 가진 혹은 북한이라는 존재를 잊고 살던 독자들에게 조금 더 특별하지 않을까 싶다. 폐쇄된 북한사회를 우리가 직접적으로 접할 수 없는 환경에서 저자의 방문기는 가볍게 읽으며 북한에 대한 어느 정도의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좋은 글이다.
1. 북한관광은 어떻게 갈까.
저자는 중국에 있는 북한 여행사를 통해 베이징을 거쳐 평양으로 패키지 여행을 갈 수 있었다. 이 여행사는 1993년 최초로 북한 여행 패키지를 선보인 여행사이다. 김포공항에서 144시간의 중국 무비자 체류를 신청했고 평양으로 간다는 저자의 말에 김포공항 직원은 중국 입국이 거절되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고 해도 항공사는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라는 서류를 작성하도록 했다. 베이징 공항에서는 무비자 체류 승인을 쉽게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북한 여행자들 중 중국 거주자가 아닌 사람은 중국 입국 비자와 북한에 갔다가 다시 중국으로 들어올 수 있는 중국 더블비자를 받아야 한다. 여행경비는 베이징 숙비 포함 260만이 들었다.(비자, 보험비 별도) 이중 총비용의 70%를 카드로 결제하고 나머지는 여행사에서 직접 유로화 현금으로 결제하였다. 다른 제약조건이 없다면 경제적으로 큰 부담은 없이 다녀올 수 있는 비용이 아닐까?
저자와 함께 할 동행할 여행객들은 총 25명이며 사진작가, 유명한 유튜브 채널 운영자, 정치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도 있었다. 그들의 관광 목적도 북한이 ‘그냥 궁금해서’였다. 여행사에서는 사전 회의를 열어 간단한 북한 회화와 관광 시 지켜야 할 규칙들을 설명하였다. 북한 여행객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은 다음과 같다. 1, 북한 사회주의 사상을 존중, 2, 북한 주민에게 특정 종교에 대해 설교하려 들지 말 것, 3, 북한 지도자를 존중할 것, 4, 성경책이나 종교의 목적을 가진 책, 남한에서 만들어진 모든 책, 북한 가이드북을 포함하여 북한에 관련된 모든 책, 성인물 등은 가져가지 말 것, 5, 어딜 가든 항상 그룹으로 움직이고 가이드와 함께 다닐 것, 혼자 호텔 밖으로 나가지 말고 절대 단독 행동을 하지 말 것, 6 군인 사진은 절대 찍지 말고 가이드가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구역에서는 어떠한 사진도 찍지 말 것 등이다.
북한에 들어갈 때는 핸드폰과 노트북을 가져갈 수 있으며 SIM 카드를 구입하면 국제전화도 가능하다고 했다. 현지인과 외국인이 사용하는 통신 네트워크가 다르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아 굳이 그 카드를 구입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비용의 차이가 국가마다 다른 데, 유럽 등은 분당 1.5유로(약 2,000원), 미국은 분당 5유로(6,500원), 러시아는 분당 0.68센트(약 900원)라고 하였다. 러시아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쌌다. 이에 대해 저자는 ‘북한과 러시아의 사이가 좋다는 건 들었지만, 정말 누가 봐도 차별’이었다고 말했다. 소지할 수 있는 물건들은 이외에도 전자책, MP3등의 전자기기, 공책, 펜, 과자, 술, 담배, 평상시 복용하는 약, 청바지, 반바지, 티셔츠 등이다.
북한 관광 수속 절차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북한정권이 여행객의 여권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북한을 다녀오는 외국인들의 여권에는 북한 출입국 기록이 전혀 남지 않는다. 대신 북한 입국 도장은 여권이 아닌 관광 증 안쪽 서명 란에 찍도록 하였고, 출국 시에는 세관에서 관광 증을 회수하도록 함으로써 북한 관광 증이 외국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하였다. 북한 관광에 필요한 기본 서류는 여권, 관광 증, 그리고 착륙 전에 작성하는 입국 신청서뿐이다. 서울에서 베이징까지 2시간, 베이징에서 평양까지는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고려항공에 탑승한 후 ‘조선분’이냐는 승무원들의 물음에도 “아, 아뇨. 저 조선사람 아닌데요. 그냥 조선말 할 줄 알아요.”라고 답한다. 북한 관광 증에 ‘조선인’이라고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휴전선을 마주한 남북관계의 긴장감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2. 북한의 관광 코스
평양에 도착하자 조선국제여행사의 패키지 여행코스에 따른 4박 5일 간의 북한 관광이 시작되었다. 관광코스는 김일성경기장, 개선문, 김일성광장, 판문점, 개성의 고려박물관, 사리원 ‘민속놀이터’, 금수산태양궁전, 혁명열사릉, 만수대언덕, 지하철 ‘부흥역, 영광역, 개선역’, 그리고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만경대고향집, 만경대학생소년궁전, 주체사상탑, 당창건기념탑, 광복백화점 순이었다. 관광지의 명칭만 봐도 북한의 건국과 북한체제를 소개 선전하는 기념비적 건물들과 장소임을 알 수 있다. 외국인들의 관광이 허가된 코스에서 북한 정권이 관광산업을 통해 사회주의 강성국가로서의 입지를 대외에 선전하려는 목적이 다분히 엿보인다.
1926년 건설된 모란봉경기장은 김일성의 생일 70주년을 기려 개축되면서 김일성경기장으로 명칭을 바꿨고 개선문 역시 그때 건립되었다. 개선문에 새겨진 1925와 1945라는 숫자 중 1925는 김일성이 독립운동을 위해 집을 떠난 연도이고 1945년은 조국이 독립된 의미를 담았다. 세계에서 16번째로 크며 북한을 대표하는 중요한 장소인 김일성광장의 웅장함과 광장을 마주하고 왼쪽과 오른 쪽 건물에 부착된 조선노동당 당기와 공화국 국기, 김부자들의 생전의 모습 그대로를 안치한 금수산 기념궁전 참배, 혁명열사릉에서의 헌화 등 저자는 북한정권의 건국과 역사에 대해 안내를 받았다. 그는 이러한 건축물들과 금수산기념궁전 참배, 혁명열사릉의 헌화 등 곳곳의 설명들을 통해 김일성에 의해 시작된 북한의 혁명전통과 북한의 3대 세습의 정통성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저자는 특별히 정규 일정에는 없던 일반 가정집 방문과 영화관람 경험을 전하고 있다. 집에는 만삭이 된 임산부가 있었고 2층에는 김 부자들의 초상화가 걸려있었는데 생각지 못한 일반인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어 좋았지만 한편 불청객 같은 느낌이 들어 어느 정도 미안한 감정도 있었다고 한다. 북한 관광이 일반관광과 다른 것은 국가가 정해준 관광코스를 벗어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앞서 여행객들이 베이징을 출발하기 전 북한 관광에서 지켜야 할 원칙들을 학습하는 모습에서도 그것을 잘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관광 가이드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이러한 특별 관광 코스가 갑자기 가능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관광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짜인 각본일 가능성이 많다. 한편, 특별 이벤트로 관람한 영화의 제목은 ‘김 동무는 하늘을 난다’였고 대한민국의 70년대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저자는 영화관에 있는 팝콘을 보고 영화관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춘 팝콘도 북한에는 없을 것이라는 편협한 생각도 했다고 했는데, 북한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생각도 이와 같지 않을까?
관광 코스 중 북한정권의 역사왜곡을 가장 잘 드러낸 현장은 6·25전쟁의 과정을 전시한 기념관이다. 북한에서는 6·25전쟁을 ‘정의의 전쟁’으로 말하고 있으며 그 박물관은 이름 하여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으로 불린다. 전쟁 당일 미국과 남한의 북침에 대한 설명을 듣노라니 “갑자기 침략을 당했다면 어느 정도 밀려나야 스토리가 자연스러울 텐데 북한군은 3일 만에 서울을 점령했다. 정녕 북침이라면 땅굴은 왜 그렇게 팠는지 그 이유도 함께 교육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전승기념관에서 “독립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인데 어느 조상님이 매너 없게 먼저 쳐들어간 걸까요?”, “글쎄요. 서로 다르게 배우니 말입네다.” 라고 주고받은 저자와 가이드의 대화는 남과 북의 서로 다른 역사 인식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외 판문점과 개성 고려박물관, 사리원 민속놀이터, 평성의 장수산여관 등에서 체험한 다양한 일화들은 자유의 소중함을 스스로 알게 했다는 내용으로 일관되었다. 북한의 고속도로 휴게소의 협소한 모습과 모닝콜이 따로 없을 정도로 울리는 새벽의 선전선동 방송, 늘 감시 속에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는 내용, 고려인삼차의 바가지 가격, 지방여관에서의 정전 등이 이러한 내용을 잘 보여준다. 덕성소학교(초등학교)를 방문할 때 컴퓨터 수업을 하는 학생들이 관광객들이 들어왔는데도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는 것과 외국인들 앞에서 경쟁하듯 발표를 하겠다며 손을 번쩍번쩍 들었다는 내용. 특별한 기량을 선보이는 드럼 수에게 말을 건넸지만 대답도 하지 않더라는 등의 내용들은 철저한 통제 속에 만들어지는 그들의 일상생활을 엿보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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